주절주절

군기 빠진 GP ?

intoe 2008. 11. 24. 12:40

"수류탄 또 폭발…군기 빠진 GP"  (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 ○○○)

기사 제목을 보고, 그 내용을 보고.. 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근무했던 부대는 아니지만 옆옆 DMZ 라인인지라 괜히 맘 아팠는데.

GOP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수면부족으로 근무때 선채로 졸다가 자주 넘어졌던 기억이 난다.
GP, GOP 같은 전방지역은 근무형태 자체가 많이 피곤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부대가 한타임에 길어야 2시간을 서는데, 저기서는 한타임이 보통 4시간, 밤이 길어지는 겨울에는 최장 8시간이다. 군인도 사람이니 연속으로 근무 들어간 사람은 쉬어야 하고, 외박이랑 면회라는게 아예 없으니 휴가라도 가야돼서 휴가자 1~2명 빠지면.. 비번은 커녕 규정에 맞게 근무 인원도 채울 수 없다. 그 남은 인원으로 밤에는 근무서고, 자야할 낮시간에는 삽이랑 곡괭이 들고 갖가지 노가다까지 하는 곳이 저기다.. 규정을 논하려면 규정에 맞는 충분한 인원을 배치해주든가.

군기가 빠졌다고? 군기가 빠졌다고 저런 자극적인 제목이나 뽑기 전에, 군인들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라고 기사 써준 적은 있나. 그저 뻑하면 군대 어떻다 저떻다 나쁘게만 써왔지. 물론.. 기자니까 기사를 쓰는데 왜그러냐고 하시겠지. 나는 해병대나 해외파병 출신 뭐 그런 거창한 출신은 아니지만 정말 후배들 고생 많다. 그리고 지금도 이미 강원도 전방 얼마나 추운데.. 경계근무 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데. 중·동부전선 GP, GOP면 이미 9월초부터 하루하루가 혹한기다. 그렇게 황금같은 2년을 가기 싫은 군대와서 갈굼과 발가락 자르고픈 강추위 속에서도 가족들, 친구들 생각에 할 일 묵묵히 하는데 위로하는 기사 써준 적은 있냔 말이다, ○○○씨.

정말 군사전문기자라면 GP에서 뭐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닐테고, 그럼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그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두발 쭉 뻗고 잘 수 있는 것도 알텐데.. 원인분석도 하나도 안되어있는 지금 상황에서 저런 제목으로 기사를 쓴다면, 고생하는건 모든 군인들이다. 열심히 군생활하면 뭐하나? 한두명만 잘못해도 저런 자극적인 기사 때문에 수십만 군인들이 각종 검열에 고생할텐데. 그저 불쌍한 군인들 깔 줄만 알지. 그래, 밝힐건 밝혀야지. 근데.. 저런 일이 터지면 먼저 괜찮냐고 하는 태도가 맞는거다. 한창 좋을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깊은 상처를 입은 장병들을 위로하는 기사는 못써줄 망정. 군기는 그 다음부터 논하시길.

좀 흥분했나보다.-_- 점심시간에 10분동안 완전 휘갈겼네.ㅎㅎ 쓴거 다시 봐야지.
그냥.. 개고생하다가 다치기까지 했는데도 군기 빠졌다며 욕먹는 후배들이 가여워서 썼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아픔은 부상자와 그 가족들이 겪을 그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