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Lovepool

intoe 2007. 2. 14. 17:56

내가 참 좋아하는 인터넷 작가가 있다.
본명 이동훈. 필명 Lovepool.
PC통신 시절, 하이텔에서 견우74님이 연재한 <엽기적인 그녀>에 열광했던 나였다. 대학생이 되어 "웃긴대학" 사이트에서 각종 유머글과 유머자료들을 보며 낄낄대다가, 게시판에서 Lovepool님이 쓴 글을 보게 됐다.

...바로 빠져들었다. 이 사람 글은.. 장난이 아니다. 분명히 유머글인데.. 일상에서 감동을 찾게 해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글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들게 된다. 글 하나를 읽으면 해당 연재글을 다 찾아 읽게 되고, 한편의 연재를 다 읽으면 다른 연재도 찾아 읽게 된다.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다.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인터넷 작가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기를 남발하는 작가다.

대학교 2학년땐 Lovepool의 연재를 기다리는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마치 요즘 프리즌 브레이크 방영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_-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던 연재가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군입대를 하고 만다. 하지만 현철이가 내가 훈련병 시절 올라온 나머지 글들을 모조리 프린트해서 우편으로 부쳐줬다.-_-b 하루하루 훈련이 끝나고 찌질한 냄새를 풍기는 훈련병들 75명이 사는 내무실에서 난, Lovepool에 빠져있었다. 주위의 동기들에게도 보여줬다. 걔네들은 1편부터 보질 않았는데도 금새 빠져들었다. 대단한 작가다.-_-

그사이 책도 출판됐다. 인터넷 작가 귀여니가 한창 욕을 먹고 있을때-_- Lovepool 이동훈님의 책도 두권 출판되었다. <마법사 그녀>랑 <난 남자다>이다. 사실 난 책을 읽진 않았다. 이전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연재를 모조리 읽었기 때문이다. 책은 좀 다를까? 조만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군 제대 후, 정신없는(정말?-_-) 복학생 생활을 하며 Lovepool의 글을 접하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 나중에 연재들이 많이 쌓이면 한꺼번에 읽지뭐,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미 난 Lovepool의 다음 카페에 가입돼있었다. 웃긴대학 사이트에서 애써 검색 안해도 되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그 편리함이 나를 Lovepool의 글에서 더 떼어놨던 것이다.

바로 오늘, 즐겨찾기에 등록되어 있던 웃긴대학 사이트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첫 페이지의 월간 베스트 게시물 목록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Lovepool 글을 여태 안보고 있었구나. 이사람 글은 수년이 지나도 월간 베스트에 항상 6~7개씩 랭크가 되어있다. 여전히 인기작가였다. 오랜만에 읽어볼까? 클릭해서 읽는데..
뭔가 이상했다. 병원 이야기도 나오고.. 댓글에는 꼭 쾌유할거라는 응원글이 대부분이었다. 어디 아픈가? 입원했나보네.. 다른 글 몇개를 보다가 난 깜짝 놀랬다.

이사람 간암 말기란다. 투병 1년째.. 나이가 이제 겨우 스물 여섯인데.

Lovepool의 글로 정신적인 치유를 받은 사람이 많을텐데, 그 중 나도 한명이고. 그런데 정작 의술(?)을 베푼 사람은 병에 시달리고 있다. 머리털이 다 빠졌댄다. 그래도 친한 친구가 선물해준 노트북으로 병상에서 글을 쓰고 있다. 저기 위에 글 목록의 "액션 가면의 짝사랑' 연재물고 병원에서 만난 여자분 이야기를 쓰고 있는거다.

난 정말, 진심으로 Lovepool님이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이사람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 연재글을 원작으로 제작에 들어갔다는 동명의 영화, <본드걸은 죽었다>도 꼭 보고.. 이후로 이사람의 글이 바탕이 된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당신은 꼭 나아야해요..

“동훈씨는 현재 모든 면역 세포가 죽어있습니다. 백혈구 수치, 적혈구 수치, 피수치, 모두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죠..코피가 멈추지 않아 입원 하셨죠? 지금 퇴원해서 집에 간다 해도 똑같습니다. 피는 또 흐를 것이고,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당분간 병원에 계속 입원해 계셔야 합니다. 현재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 밖에.. 상황을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

“동훈씨는 아직 젊잖아요. 힘들겠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저번 담당의사도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저 얘길 했다.
당신은 젊지 않냐고. 그러니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의사인 입장에서 환자에게 당연히 할 수 있을만한 얘기다.
하지만 나도 환자인 입장에서 똑같은 얘기만 하는 의사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젊다고,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뻔한 말은 집어치우라고..
젊기에, 더 아퍼...알아?
난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너무나 많아.
차마 다 쓰지 못한 글도 써야 되고, 글 써서 내 글이 스크린에 걸리는 것도 봐야 되고,
새롭게 사랑도 해보고 싶고, 데이트도 해보고 싶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 길거릴 활개치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싶어.
하지만 이제 다 못해..
잠깐이 아닌 평생 동안 그럴 수 없다고. 전부 물 건너 간 얘기야.
그래서 더 아프고 속상하고 절망적이야...
묻고 싶다.
젊으면 왜 더 잘 이겨내야 되는 건데?
젊으면 왜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당연하게들 생각하는 건데?
왜...........?

Lovepool - 액션 가면의 짝사랑 - 2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