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경기가 있었다.
UEFA Champions League Semi-final 2차전
Manchester United FC vs FC Barcelona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포일러 방지-_-를 위해 포탈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곧장 경기 풀 동영상을 받아서 시청했다. 일단 박지성이 선발 명단에 있어서 시작부터 기분 업~ㅋ

맨유로서는 무조건 이겨야 했고, 바르셀로나로서는 비겨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1차전에서 수비 위주의 다소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쳤던 맨유였다. 원정경기에서 수비적인 전술로 무승부를 이끌어낸 결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퍼거슨 감독도 1차전은 올시즌 경기 중 가장 빈약한 경기력이었다고 인정한바 있다. 아무튼 이번 2차전에서는 꼭 이겨야하기도 하고, 홈에서 경기를 하는만큼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양 날개인 박지성과 나니는 물론, 윙백인 에브라와 하그리브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양팀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전반 14분경에 폴 스콜스가 선제골을 터뜨린다. 잠브로타가 잘못 걷어낸 공을 잡아 곧장 중거리슛을 때렸다. 골대 상단 구석으로 멋지게 들어갔다. 스콜스 중거리슛 정말 오랜만에 본다. 역시 명불허전. 맨유 홈구장이였기에 관중들 함성도 개쩔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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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마라도라의 재림"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쪼끄만한게 정말 잘하더라. 호날두가 화려한 발재간으로 수비를 돌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메시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드리블이다. 이번 경기에서 스콜스가 메시한테 발린 것만 수차례다. 박지성도 메시를 막으려 했지만, 놓칠 때도 많았다. 1987년생이라는데, 정말 대단하다. 근데, 메시 혼자만이었다.-_- 데코도 가끔씩 위협적인 슛을 날리긴 했지만, 후반전에는 보이지도 않더라.. 제 아무리 메시라도, 맨유를 상대로 혼자서 다 해먹기에는 역부족이지. 동료들이 따라줘야 할텐데.. 그래도 양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메시 어린이가 공을 잡을때 마다 나는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했다. 위협적이었다. 메시 vs 맨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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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발출전해 풀타임을 활약한 박지성. 경기내내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어느새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다. 최전방 공격라인과 미드필드, 최후방 수비라인에 안보이는 곳이 없었다. 원래 장점이었던 수비 가담 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공격력도 위협적이었다. 호날두의 패스를 인사이드로 방향만 틀어서 찬 슛이 정말 아까웠고, 나니에게 띄워준 크로스는 정말 아깝게 골문을 외면했다. 테베즈의 왼발 슛이 상대 골키퍼 발데스에 막힌 상황에서는.. 박지성이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수를 다 끌고 들어가면서 생긴 공간이 슛팅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상대 윙백인 잠브로타는 원래 오버래핑 능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인데, 박지성에 막혀 별다른 활약도 못하고 수비만 했다. 뭐, 호날두를 봉쇄한 것만 해도 잘하긴 했지만..

선수들 유니폼에 GPS 추적장치를 심어놓나보다. 선수들이 경기 동안 뛰는 거리가 측정이 되더라. 양팀을 통틀어 박지성이 가장 많은 거리를 뛰었다. 11962미터.-_- 미친듯이 뛰어다녔다니면서 공수 양면에 걸쳐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최전방에서 크로스 패스를 올렸다가 곧이어 이어진 바르셀로나 역습에서 메시를 막고 있었다.. 근데, 몇년전 PSV 아인트호벤에서 뛸 때 12.5km를 뛴 적도 있었다. 전반전에만.-_-..... 누군가 그랬지, 박지성의 발에 페인트를 묻히면 경기장 전체가 페인트로 뒤덮힐 거라고.

이러한 박지성의 활약은 언론들이 매긴 평점에서도 잘 드러났다.
박지성에게 평점 진짜 짜게 줬었던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를 보면,
Park: The South Korean possesses stamina that defies logic but is more than just a willing runner and came close to finding the back of the net in the first half, while providing a glorious cross from which Nani should have scored 9
뭐.. 논리를 무시하는 체력을 소유하면서 단지 달리는데 그치지 않고 전반전에 골을 넣을뻔 했으며, 나니가 골을 넣었어야 했던 빛나는 크로스를 연결하기도 했다는 뜻..일껄?;
어쨌든 박지성 혼자 9점이다. 그리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 논리를 무시하는 체력.ㅋㅋ

바르셀로나로서는 무척 아쉽다. 특유의 패싱 플레이로 경기 주도권은 잡았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패스가 잘 이어지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끊기고 말았다. 메시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어야 했던 에투는 어디서 뭘 하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뒤늦게 앙리로 교체가 되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날아다녔었던 앙리를 선발로 내세웠다면 좋았을껄.. 이 경기 전에 있었던 리그 경기에서 앙리가 풀타임을 뛰었던 탓에 교체로 나온 모양이지만, 그 경기에서 에투를 풀타임 뛰게 하고 맨유를 상대로 앙리를 선발출전 시켰다면 어땠을까? 물론.. 나보다는 감독이 훨씬 잘 아니까 그렇게 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때 아쉽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올시즌 제대로 한게 없다. 리그에서도 우승의 꿈은 이미 접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탈락하고. 레이카르트 감독이 다음 시즌에도 감독을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으니. 호나우딩요는 출전도 못할 정도로 형편없어진건가?ㅠㅠ

암튼 정말 자랑스럽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그것도 준결승전에서, 맨유 소속으로 선발출전하여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힌 선수가 다름아닌 대한민국 선수라니. 7만 6천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말이다.

결승전은 오는 5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박지성 선수가 또한번 일을 냈으면 좋겠다. 그때는 내가 어떤 상황일지 잘 모르겠지만..-_- 생중계로 지켜보고 싶다.


오늘의 대박 웃긴 사진. 호날두 어따대고 헤딩하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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