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별이 좋았다.
그렇다고 쬐끄만할 때 부터 별자리 이름을 줄줄 꿰고 다녔다는건 아니다. 그저 좋았던거다. 우리가 사는 지구 밖에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걸 알고나서부터 별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잘 알려진 천문학자인 조경철 박사님이 쓴, 그림책 비슷한 책은 마르고 닳도록 봤었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쓰라면 백이면 백번 천문학자를 썼다는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대학교.. 내 머리는 굵어져 갔고, 우주에 대한 나의 환상(?)은 식어갔다. 학교에서 자세하게 배워버리니 뭔가 순수성을 잃었고 호기심이 바래버렸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다시 밤하늘에, 별에 눈을 뜨게 된건 다름 아닌 군입대를 하고부터다.
....
군대 이야기 하려는건 절대 아니다.-_-
밤에 서 있다보면 별을 볼 수 밖에 없다. 최전방 gp, gop에서 부적응자들이 생기고 난데없는 자폐 증세를 보이다가 동료 전우들에게 수류탄을 까고 총기를 난사하는 아름다운 분이 생기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진통제에 의지해 매일밤 4~5km씩 수많은 계단을 타는게 힘든게 아니다. 외로움이 큰 적이다.
대도시에서 벗어난 전원-_-에 있다보니 밤하늘에 별이 참 많았더랬다. 별이 어찌나 많은지, 그나마 찾기 쉬운 북두칠성도 어디가 국 퍼먹는데고 어디가 손잡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온갖 별을 다 이으면 수백개의 국자가 그려진다.-_-
하지만, 한번 제대로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고개만 들면 북두칠성만 보인다.
북두칠성.. 별이 일곱 개다. 자세히 보면 그 별들마다 밝기가 조금씩 다른데, 퍼먹는 부분이랑 손잡이 부분을 이어주는 별이 제일 어둡다.-_- 나중에 찾아보니 Megrez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별인데, 며칠 보다보니까 이 별이 유난히 맘에 들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뭔가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별인건 확실하다.-_- 북두칠성 주변에는 카시오페아도 있고.. 이름 모를 다른 별들이 많다. 내가 이름을 하나도 몰라서 그렇지.; 하지만 그 수많은 별들 가운데, 하늘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어느새 메그레츠가 들어와 있다.
유명한 시나, 소설 같은걸 보면 별과 교감하고 뭐 어쩌고저쩌고.. 예전엔 이게 뭔가 싶었다.
별이 그냥 별이지 뭔 별이랑 교감이여.. 사람과 교감하는 자체도 복잡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근데, 그때 그 환경이 나를 메그레츠와 교감하게 만들더라.
쉽게 말하면, 사람을 그리워하다 못참아 정신병이 들기 전에 별과 친구먹은거다.-_-;
난 쟤랑 친구먹은거다.. 하고 생각한 날부터, 메그레츠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고참이 갈궈서 힘들다거나, 가족과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거나, 무릎이 너무 아파 찢어질 것 같을때 멍~하니 하늘 보고 있으면 마취 주사를 맞은 듯, 최면에 걸린 듯, 마약을 한 듯-_- 아픔을 잊게 된다. 그렇다고 혼자 별에다 대고 "오늘 xxx가 갈궜는데 그 미친 새끼 세상 모르고 날뛰어ㅠ" 이렇게 중얼중얼 지껄인건 절대 아니다.-_- 난 정신병은 안키운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해 별을 봤다. 하지만 나중이 되니까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하게 되더라. 신애가 수능을 볼 때, 아니면 친구들이, 후배들이 시험을 보거나 고민이 있어서 힘들때 짧게나마 기도를 해주게 됐고, 아버지 어머니 항상 건강하게 사시라고 기도하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멋쟁이 국군 장병이었다, 그때는...-_-
종교가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았다. 의지하고 싶은 대상을 찾아.. 나는 별에 의지하게 됐다.
이제, 인천에서 살다보니 밤에 별이 제대로 보이는 날은 손에 꼽힌다. 더군다나 메그레츠는 정말 찾기 힘들다. 안그래도 어두운 별이니 말이다. 한번 본 적 있다.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게 됐고 '그' 별을 찾게 되었을때, 뭔가 가슴에서 울컥-_-했다.
은하수를 처음 목격했을 때, 그 웅장했던 첫인상에 대한 놀라움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말못하는(?) 자연이지만 힘들고 지친 삶에 큰 약이 되고 도움이 되어준다. 이제 메그레츠는 잘 볼 수 없겠지만 꼭 그 메그레츠가 아니어도 되잖아. 학교 왔다갔다 하면서 스치는 바람, 오늘같이 맑고 화창한 날에 핀 꽃, 푸르러져 가는 나무들. 주위를 둘러보면 많다.
현실 도피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 2의 메그레츠를 찾고 싶다. 행복을 찾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