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3일, 오후 1시에 춘천 102보충대로 입소한다.
대한민국 육군에, 동반 입대 방식으로 자원 입대하게 되었다.
12월에 가는 방법은 시험 일정으로 인해 12월 23일 뿐이었다.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주저없이 친구와 함께 지원했고..
선착순이기에, 신청 성공이 곧 합격이다. 그 때가 9월 초였다.
아버지께서는 특기병으로 가라고 하시며 반대하셨지만,
부모님 말씀 끝까지 거스르며 또한번 불효 자식이 되어버렸다.
가슴 아프지만, 씩씩하게 다녀오는걸로 갚아드리면 될 것이다.

지원할 당시나 지금이나, 군대 편히 가려는 생각은 안해봤다.
그래서.. 동반 입대병 제도는 어떻게 보면 나에게 최적이다..
무조건 보병 아니면 야전포병이다. 특기병은 기회조차 없다.
미쳤다고.. 꼴깝떤다고 손가락질 받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한 선택일 뿐이다.
이곳보다 조금은 더 추운 곳에서 전력을 다해 군생활하며,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잊고픈 생각들 다 정리하려 한다.
힘든 길이라고들 말하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지 않는가.

군대 가는거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시는 분들,
무책임한 말인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극적인 상황" 만들려는건 결코 아니다.
(일기에도 쓴 적 있다. 난 극적 상황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나는 그저.. 행여나 타인에게 초라하게 보이기 싫었을 뿐이다.
조건이 된다면 누구나 가는 군대, 요란하게 갈 생각도 없었다.
조용히 간다고 개인적으로 서운한 것도 없고, 담담할 뿐이다.
미워하지 말고, 이럴 수 밖에 없었던 내 사정을 이해해주길..

제대하고 나면, 내가 생각해온대로.. 보란듯이 잘 살아볼거다.
군대가 얼굴을 멋지게, 키를 훤칠하게 만들어주진 못하겠지만..
내가 군생활을 잘 끝냈다면 그때쯤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남모르게 겪어온 시련들, 거기다가 군대까지.
뭐든 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 하나는 확실히 박혀 있을 것 같다.
꼭 공부라기 보다는.. 이 악물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 나가야지.
어쩌면 그 길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군대가 자동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바꿔주진 않으니,
결국 내가 잘해야한다. 헛짓(?)했다는 생각 안들게 말이다.^^

가는 마당에, 이렇게 쓸데없이 주절대지는 않으려 했는데.
하고픈 말 다 하려고 발악하는 내 모습이란.. 맘에 안드는군.
공백이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는 내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만..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될 날까지 모두 건강하길~ 물론 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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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3~4일 전쯤, 안동에서 입대일을 기다리며 홈페이지에 저 글을 올렸었다.
저 글은 내가 100일 휴가 나오기 전까지 줄곧 intoe.com 첫 페이지에 걸려 있었다.
지금 읽어보니 참.. 찌질하다. 하하하~ 군대에 죽으러 가는 사람마냥 썼네.=_=
보병으로 가든 특기병으로 가든, 다 똑같이 힘든건데 말이다.. 쪼끔 부끄럽다.ㅋ

하지만 저때, 정신무장은 완전 후덜덜이다. 내가 봐도 굳은 결의가 마구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나 싶지만 저때는 그렇게 독할 수가 없었다.
암튼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는 지금, 네번째 문단이 지금의 나를 압박하고 있다.
뭐든 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 정말 지금이 그런 자신감이 필요한 때다.
MUST HAVE 자신감. 추석날, 스무살 인태의 독기어린 글을 보며 각오를 다져본다.-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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